수도꼭지 교체하려다
집 전체 침수 직전이 됐습니다
유튜브 영상 하나 잘못 봤다가 일요일 오후를 통째로 날린 이야기
모든 재앙은 작은 소리 하나에서 시작됐다.
뚝. 뚝. 뚝.
욕실 수도꼭지에서 나는 그 소리.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유독 크게 들리는 소리. 한 달쯤 참다가 드디어 오늘, 마음을 먹었다.
유튜브 검색: "수도꼭지 교체 DIY 10분 완성"
조회수 87만. 댓글란엔 "저도 했어요!", "생각보다 쉬워요!", "공구 없어도 됩니다!"가 가득했다.
나는 영상을 세 번 돌려봤다. 자신감이 차올랐다. 동네 철물점에 가서 패킹 세트, 스패너, 코팅 테이프를 샀다. 1만 8천 원.
수도꼭지 패킹 세트 — 6,500원
조절 스패너 — 8,900원
배관 코팅 테이프 — 2,600원
합계: 18,000원 / 나는 이게 전부인 줄 알았다.
집에 돌아와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영상에서는 정말 쉬워 보였다. 먼저 수도 밸브를 잠근다. 수도꼭지 손잡이를 분리한다. 패킹을 교체한다. 다시 조인다. 끝.
오후 2시 47분, 모든 것이 틀어졌다
밸브를 잠갔다. 아니, 잠겼다고 생각했다. 손잡이를 분리하는 순간이었다.
물이 쏟아졌다.
멈추지 않았다. 잠근 밸브는 욕실 수도꼭지 전용이 아니라 세면대 쪽이었던 것이다. 영상 속 집과 우리 집의 배관 구조가 달랐다. 그걸 나는 그 순간에야 알았다.
손이 얼어붙었다.
물은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수건을 깔았다. 순식간에 젖었다.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욕실 문 아래로 물이 새어 나왔다. 나는 세면대 아래 보조 밸브를 찾아 헤맸다. 겨우 찾아서 잠갔다. 수압이 약해졌지만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웃에게 전화했다. 안 받았다. 건물 관리실에 전화했다. 일요일엔 관리인이 없었다. 가족한테 문자를 보냈다. "배관 어떻게 하는지 알아?" 답장은 한참 뒤에 왔다. "몰라ㅋㅋ 업체 부르세요."
네이버에서 "일요일 배관 긴급 수리"를 검색했다. 전화를 네 군데 돌렸다.
그러는 동안 욕실 바닥은 1cm가 찼다. 수건 네 장이 다 젖었다. 거실 카펫 끝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 PanSol에 보냈다
1화 이후로 PanSol 앱을 깔아놓긴 했다. 근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채팅창을 열고 솔직하게 썼다. 창피하지만, 다급했다.
현재 위치 0.9km 거리에 배관 전문 파트너가 대기 중입니다. 평점 4.9 · 15년 경력. 지금 연결할까요?
AI가 알려준 대로 T자 밸브를 끝까지 돌렸다. 물이 실금으로 줄어들었다.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오후 3시 29분, 박○○ 파트너가 왔다
오자마자 욕실을 보더니 말이 없었다. 한참 들여다봤다.
"직접 해보셨군요."
비난이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확인하는 말투였는데, 그게 더 민망했다.
"패킹은 제대로 사셨어요. 근데 이 모델은 분리 전에 보조 밸브를 먼저 잠궈야 해요. 구조가 달라요."
그는 공구를 꺼냈다. 잠금, 분리, 패킹 교체, 재조립. 정확히 18분이 걸렸다.
"이거 처음 부르셨으면
2만 8천 원이었을 거예요."
그 말이 웃기면서도 아팠다.
최종 수리비 정산
처음부터 불렀으면 28,000원. 직접 하려다 부른 나는 49,000원.
그 차이가 21,000원이다. 철물점 공구 값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그날 배운 것들
- 🔴물이 관련된 수리 — 밸브, 배관, 수도꼭지. 구조를 모르면 손대지 마세요. 침수로 이어집니다.
- 🔴전기가 관련된 수리 — 콘센트, 차단기. 잘못 건드리면 화재·감전입니다.
- 🔴가스가 관련된 수리 — 보일러, 가스레인지. 절대 직접 하지 마세요.
- 🟡도배·페인트 소규모 — 유튜브로 충분합니다. 실패해도 치명적이지 않아요.
- 🟢전구 교체, 에어컨 필터 청소 — 꼭 직접 하세요. 전문가 부를 필요 없습니다.
용기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배관 앞에서의 용기는
때로 가장 비싼 용기가 된다.
직접 고치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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