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그의 하루를 따라갔습니다
카메라 없이, 메모장 하나만 들고.
PanSol 파트너 김○○ 씨의 하루에 밀착했습니다.
취재 제안을 드렸을 때, 그는 잠깐 웃었습니다. "저한테 뭘 보신다고요? 그냥 파이프 고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더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파이프 고치는 사람"의 하루가 어떤지.
알람은 5시 50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깨어 있었습니다.
부엌에서 커피 한 잔을 타고, 스마트폰을 열었습니다. PanSol 앱. 오늘 배정된 출동 3건을 확인합니다. 주소, 증상, 고객 메모. 하나씩 읽으며 머릿속으로 준비합니다.
오늘 세 번째 건에 눈이 멈췄습니다. 서대문구 홍은동. 78세. 보일러 불 안 들어옴. 메모란에는 딱 한 줄이었습니다.
"닷새째입니다. 많이 춥습니다."
낡은 1톤 트럭 짐칸에는 공구 가방 두 개, 배관 파이프 묶음, 보일러 부품 상자가 실려 있습니다. 트럭 시트는 오래 탔는지 스펀지가 꺼져 있고, 대시보드에는 작은 수첩이 꽂혀 있습니다.
"수첩엔 뭘 적으세요?"
첫 번째 집 — 9시 30분, 서대문구 냉천동
신혼부부였습니다. 작년에 이사 온 집, 화장실 세면대 아래 배관에서 물이 샌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이미 출근한 뒤였고, 아내 혼자 아이를 안고 문을 열었습니다.
"어머, 빨리 오셨네요. 아기 낮잠 시간이라서 조용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는 들어가기 전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공구 가방은 바닥이 아니라 본인 무릎 위에 올려 작업했습니다. 바닥에 긁힘 하나 남기지 않으려고.
연결 너트가 헐거워져 생긴 누수였습니다. 28분 만에 마무리. 나가기 전, 그는 싱크대 밑 수납장에 있던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았습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두 번째 집 — 오후 1시, 은평구 불광동
점심은 차 안에서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로 해결했습니다. "밥 먹을 시간 없으세요?" 물으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집은 50대 가장이 혼자 사는 원룸이었습니다. 온수가 나오다 안 나오다를 반복한다고 했습니다. 보일러 온수 밸브 불량이었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고객이 물었습니다. "얼마예요?" 파트너는 앱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사전에 표시된 견적 그대로였습니다. 고객은 잠깐 화면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파트너는 대답 대신 조용히 웃었습니다.
세 번째 집 — 오후 3시 20분, 서대문구 홍은동
트럭을 몰면서 그는 아까 아침에 읽었던 메모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닷새째입니다. 많이 춥습니다."
1월이었습니다. 기온은 영하 9도였습니다.
오래된 연립주택이었습니다. 계단에 손잡이가 없었습니다. 공구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벽을 짚어 올라갔습니다. 201호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한참 뒤에 문이 열렸습니다.
할머니였습니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있었습니다. 실내에서. 두 손을 꼭 쥐고 계셨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숨이 보였습니다.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습니다.
보일러실은 베란다 쪽에 있었습니다. 파트너는 뚜껑을 열고 점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딸깍. 딸깍. 딸깍.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점화 플러그가 나간 것이었습니다. 오래된 기종, 부품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트럭에 같은 규격 부품이 실려 있었습니다.
교체하는 데 25분이 걸렸습니다. 보일러가 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부우우웅.
집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계셨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라디에이터 쪽으로 걸어가서, 손을 가져다 댔습니다. 아직 차가웠습니다. 5분쯤 그렇게 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온기가 올라왔습니다.
할머니의 손이 라디에이터 위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만지지 못한 것을 다시 만지는 것처럼.
"따뜻하네."
이순○ 씨 (78세) — 라디에이터에 손을 대며그게 전부였습니다. 딱 두 글자였습니다. 하지만 파트너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등을 돌렸습니다. 눈이 좋지 않아서, 라는 핑계로.
작업 후, 할머니가 커피를 내오셨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잠깐 뒤에 믹스커피 두 잔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식탁에는 달력 한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날짜 몇 칸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습니다. 병원 가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혼자 사세요?" 물었습니다.
잠깐 말이 끊겼습니다. 할머니가 창 밖을 보셨습니다.
파트너가 잠시 커피잔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세요. 저 이 동네 담당이에요. 오래 안 걸려요. 혼자 버티시면 안 돼요."
할머니가 파트너를 잠깐 보셨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들 같네."
그게 그날, 파트너가 가장 오래 기억한 말이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 집으로 돌아가는 트럭 안
라디오가 켜져 있었습니다. 날씨 예보가 흘러나왔습니다. 내일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라고 했습니다.
파트너가 신호에 멈췄을 때, 핸드폰 진동이 왔습니다. 카카오톡 알림이었습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습니다.
파트너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한동안 폰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창 밖에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어딘가의 창문들이 하나둘 불이 켜졌습니다. 사람들이 집에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집으로.
그제야 그는 핸들을 꽉 쥐었습니다. 아주 잠깐.
오늘의 기록
취재를 마치며, 마지막 질문을 드렸습니다
귀가 전 트럭 안에서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파이프를 고치러 간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집이 다시 집이 될 수 있도록
간 것이었습니다.
고객들이 남긴 말들
그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납니다.
커피 한 잔을 타고, 오늘 어떤 집에 가는지 확인합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춥거나, 물이 새거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그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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